나는 세틀로직을 ‘기술력은 1등, 비즈니스는 아직 3등’인 회사라고 본다. 그 생각을 한번 나눠보고자 한다.

01

해커가 위성을 만든 이유

그리고 피터 틸이 지갑을 연 이유

Emiliano Kargieman은 원래 사이버보안 전문가였다.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보안 컨설팅을 하다가 위성 이미지 데이터를 처음 다뤄본 게 2000년대 초반이다. 그때 알게 된 사실이 충격적이었다고 한다. 기후 연구자가 아프리카 삼림 벌채를 추적하려면 이미지 한 장에 수천 달러, 소규모 국가 농업부가 작황을 파악하려면 연간 수십만 달러. 이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 거다.

2010년 공동창업자 Gerardo Richarte와 함께 Satellogic을 만들고, 투자를 받으러 돌아다닐 때 피터 틸 앞에서 피치를 했다. 틸이 투자를 결정한 이유가 흥미로운데, 그는 “위성 데이터를 소수 강대국이 독점하는 구조가 깨지면 지정학 정보의 균형 자체가 바뀐다”는 논리에 꽂혔다고 한다. 팔란티어 창업자답게 데이터 권력 구조를 먼저 봤던 거다. 이후 2022년 팔란티어와 정식 파트너십이 맺어지는 건 우연이 아니다.

지금 세틀로직은 나스닥 상장 미국 법인(2025년 3월 아르헨티나→미국 전환 완료)으로, 저궤도에 20기의 고해상도 위성을 운용하고 있다. 오늘(2026년 3월 19일)이 마침 FY2025 연간 실적 발표일이다. 동부시간 오전 8시 컨퍼런스콜이 예정돼 있으니, 이 글을 읽는 타이밍이 꽤 묘하다.

창업 배경과 피터 틸의 투자 논리를 보면, 이 회사는 처음부터 “데이터 민주화”라는 슬로건을 진심으로 밀고 있다는 게 느껴진다. 비즈니스 모델의 방향성은 맞아다. 문제는 그 방향으로 돈을 벌어내는 속도가 아직 너무 느리다는 거다.

세틀로직

02

비ITAR, 이게 왜 무기인가

경쟁사가 못 파는 시장을 혼자 뚫는 방식

ITAR(International Traffic in Arms Regulations)는 미국의 군사 기술 수출 규제이다. 미국산 군사 부품이 하나라도 들어가면 미국 정부 허가 없이 해외 판매가 불가능하다. 이게 왜 중요하냐면, 미국이 “이 나라엔 팔지 마”라고 하면 Maxar 같은 회사는 그냥 끝이거든.

세틀로직의 NextGen 위성은 처음 설계 단계부터 ITAR 적용 부품을 아예 배제했다. 덕분에 말레이시아 공군, 브라질 공군, 포르투갈 정부, 알바니아 정부, 인도·네팔에 미국 눈치 없이 판매할 수 있다. 기존 강자들이 규제 때문에 발을 못 들이는 시장을 세틀로직이 독점에 가깝게 공략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수직통합 구조이다. 위성 설계·제조·발사·운영·데이터 판매를 전부 직접 한다. 중간 마진을 뽑아 먹는 레이어가 없으니 경쟁사 대비 훨씬 싼 가격에 데이터를 팔 수 있고, 총이익률이 61%가 나오는 이유도 여기 있다.

💡 지구관측(EO) 위성이란?

저궤도 위성으로 지구 표면을 촬영해 데이터를 수집·분석하는 사업이다. 군사 정보(전함·병력 이동), 농업(작황 예측), 기후(삼림 벌채 감시), 에너지(불법 유전 탐지) 등에 쓰인다. 해상도가 낮을수록 선명하다. 현재 세틀로직 주력 위성은 50cm, 2027년 NextGen은 30cm급이다.

나는 비ITAR 설계는 분명히 강력한 해자라고 생각한. 그런데 한 가지 의문이 있다 — 정말 이 나라들이 자국 우주 프로그램에 지속적으로 예산을 쓸 의지와 능력이 있을까? 말레이시아, 알바니아, 포르투갈은 국방 예산이 크지 않다. 계약이 계속 갱신되고 새 수주가 이어져야 하는데, 그게 아직 충분히 증명되지 않았다는 게 핵심 물음표다.

03

지금 실적, 계산해보면 어떤가

숫자를 그냥 보지 말고, 파헤쳐보자

TTM(최근 12개월) 매출 $1,290만, 시총 $4.2억. P/S(주가매출비율)를 계산하면 33배이다. 비교하자면 Planet Labs 3.5배, BlackSky 5.5배이다. 수치만 보면 “세틀로직이 황당하게 비싸다”로 읽힐 수 있는데, 그게 맞는 해석인지 좀 더 파보겠다. (매출·시총은 2025 Q3 6-K 보고서 및 2026년 3월 19일 야후 파이낸스 기준)

시나리오 A: P/S 유지 (33배)
목표주가 $5 달성 시 시총 ≈ $5.2억
필요 매출 = $5.2억 ÷ 33 = 약 $1,580만
현재 대비 약 22% 매출 증가면 가능
시나리오 B: P/S 축소 (10배로 정상화)
목표주가 $5 달성 시 시총 ≈ $5.2억
필요 매출 = $5.2억 ÷ 10 = 약 $5,200만
현재 대비 약 4배 매출이 필요

이 계산이 말해주는 건 이렇다: 현재 P/S 33배 프리미엄이 유지된다면 매출 22% 증가만으로도 목표가 도달이 가능하다. 그런데 세틀로직이 성장하면서 매출이 커질수록 시장은 아마 P/S를 낮춰 볼 거다(정상화). 그 경우엔 매출이 4배가 돼야 주가가 $5가 된다. 즉, “매출이 늘어도 주가가 안 오를 수 있는 구간”이 반드시 온다. 이걸 미리 알고 들어가야 한다.

성장률 가정
2026E
2027E
2028E
$1억 도달
YoY +30%
$1,680만
$2,180만
$2,830만
2032년 이후
YoY +60%
$2,060만
$3,300만
$5,280만
2029~2030년
NextGen 성공 (100%+)
$2,600만
$5,200만
$1.04억
2028년

현재 성장 속도(YoY +29~30%)로는 매출 $1억이 2032년 이후이다. NextGen이 성공해서 성장률이 두 배 이상으로 뛰어야 2028년에 그 수준이 가능하다. 이 기업에 베팅하는 사람이 “2027년 NextGen 런칭에 올인”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주요 계약을 보면 다변화 방향성은 분명하다. $3,000만 다년 방산·정보 계약(고객 미공개), 브라질 공군 다년 이미지 계약, 포르투갈 $1,800만 위성 2기 공급, 인도·네팔 독점 배포권 Suhora 7자리 달러 계약, 알바니아 모니터링 계약 갱신. 계약이 늘어나고 있는 건 맞아다. 다만 아직 구조적으로 반복 수익보다 프로젝트성 단발 계약 비중이 높다는 점은 유의해야 한다.

내 생각으로는 이 회사의 진짜 문제는 “돈이 모자라다”가 아니라고 본다. Q3 이후 $9,000만 공모 + $3,500만 추가 조달로 현금은 확보됐다. 진짜 문제는 “충분히 반복되는 수익원이 아직 없다”는 거다. 지금 매출의 상당 부분이 아직 대형 단건 계약에 의존하고, 그 고객들이 계속 돈을 낼 것이라는 보장이 충분히 증명되지 않았다.

04

NextGen — 진짜 베팅의 대상

30cm가 왜 50cm랑 다른지, 계산으로 보면

현재 세틀로직 주력 위성 해상도는 50cm이다. 2027년부터 운용하는 NextGen은 30cm이다. “20cm 차이가 뭐가 대수냐”는 생각이 든다면, 이걸 보자. 50cm 해상도에서는 차량이 있다는 건 알지만 승용차인지 트럭인지 구분하기 어렵다. 30cm에선 구분 가능하고, 기종 추정도 된다. 군사·정보 기관 입장에서 이 차이는 결정적이다.

여기에 온보드 AI를 더했다. 기존 방식은 이미지를 찍어 지상 서버로 내려보낸 뒤 분석한다. 위성이 찍는 시점과 결과가 나오는 시점 사이에 시간 차가 생긴다. NextGen은 위성 안에 AI 프로세서를 넣어서 궤도 위에서 직접 분석한다. “이 지역 어제 대비 전차 12대 증가”를 찍는 즉시 클라우드로 보내는 거다. 방산·정보 고객 입장에선 이게 혁명적인 차이다.

말레이시아 계약에는 기술이전까지 포함된다. 위성을 파는 게 아니라 “어떻게 만드는지도 알려드릴게요”인 거다. 자주적인 우주 프로그램을 원하는 개발도상국 정부들에게 이 모델이 매력적인 이유가 있다. 그리고 기술이전 계약 단가는 단순 이미지 판매보다 훨씬 높다. 이 모델로 수주가 늘어나면 2026년 후반부터 매출 구성이 눈에 띄게 달라질 수 있다.

NextGen의 기술 스펙 자체는 정말 매력적이다. 하지만 지금 주가에 이 기술이 얼마나 반영돼 있는가를 생각하면 좀 다른 시각이 생긴다. 2027년 운용이 예정됐는데, 지금은 2026년이다. 아직 실제로 돌지 않은 위성의 가치가 현재 시총 $4.2억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는 뜻이다. 예정된 일이 예정대로 안 될 때 가장 큰 타격을 받는 주식이기도 하다.

05

내가 걱정 되는것

여러 리스크 중 한 가지만 꼽는다면

세틀로직 리스크를 나열하자면 끝이 없다. 유상증자 희석, SpaceX 발사 의존, 대형 고객 집중, 유동비율 0.8… 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내가 가장 경계하는 건 사실 이것들이 아니다.

진짜 리스크는 “제품-시장 궁합(PMF, Product-Market Fit)이 아직 증명되지 않았다”는 거다. 세틀로직의 고객들이 구독 계약을 계속 갱신하고 있는지, 처음 계약 이후 추가 구매로 이어지는지, 고객당 평균 매출(ARPU)이 늘어나고 있는지 — 이런 지표들이 공시에서 충분히 드러나지 않는다.

유상증자는 사실 이 회사가 성장하는 한 당연히 일어날 일이다. 문제는 그 돈이 실제 고객 증가와 매출 성장으로 이어지느냐이다. 2025년에만 세 번의 유상증자로 총 $1억 4,500만을 조달했는데, 같은 기간 TTM 매출 성장은 약 $1,290만 수준이었다. 조달 금액 대비 매출 성장이 아직 미미하다는 건 솔직히 신경 쓰이는 지점이다.

반복 유상증자 희석
높음

2025~2026년 3차례 주식 발행 ($2,000만+$9,000만+$3,500만). 기존 주주 지분 희석 + 52주 고점 대비 50% 하락의 주요 원인.

SpaceX 발사 의존
중간

50회+ 발사 전부 SpaceX 팰컨9 단일. 트랙 레코드는 훌륭하지만 발사 파트너가 하나라는 건 협상력이 없다는 뜻이기도 한다.

오늘 실적 발표에서 내가 가장 관심 있게 볼 숫자는 “고객 수 변화”와 “기존 고객 계약 갱신율”이다. 매출 숫자보다 그게 이 회사의 PMF를 보여주는 진짜 지표거든.

06

상황에 따른 접근법

“그래서 나는 어떻게 해야 하나” — 유형별로 보자

투자자 상황마다 이 종목에 접근하는 방식이 달라야 한다.

🔷 Planet Labs(PL)나 BlackSky(BKSY)를 이미 보유 중이라면

솔직히 세틀로직을 추가할 이유가 크지 않다. PL과 BKSY가 이미 EO 위성 섹터에 대한 익스포저를 충분히 커버하거든. 세틀로직만의 차별점인 “비ITAR + 개도국 주권 우주 시장”을 특별히 믿는 게 아니라면, 중복 보유는 포트폴리오를 복잡하게만 만들 뿐이다. SATL이 매력적으로 보인다면 PL이나 BKSY 하나를 줄이고 세틀로직으로 대체하는 방식이 더 깔끔하다.

🔷 우주·방산 테마 처음 접하는 투자자라면

세틀로직부터 시작하는 건 추천하지 않는다. 매출 규모가 너무 작아서 변동성이 극단적이다. 차라리 ARKX나 ITA 같은 우주·방산 ETF로 먼저 섹터 익스포저를 잡은 다음, 관심이 더 생기면 개별 종목을 공부하는 순서가 맞다고 본다. 그 과정 끝에 “아, 이 시장에서 세틀로직이 독특한 포지션을 차지하고 있구나”가 납득됐을 때 소액으로 접근하는 종목이라고 본다.

🔷 세틀로직을 관심 종목으로 두고 있다면

오늘 실적 발표가 중요한 분기점이다. 확인해야 할 포인트 두 가지: ① 2026년 매출 가이던스가 $1,800만 이상인가, ② NextGen 2027 출시 일정에 변화가 없는가. 이 두 가지가 모두 충족되면 현재 주가 $2.96에서 분할 진입이 합리적이다. 반대로 가이던스가 기대에 못 미치거나 NextGen 일정이 늦춰진다는 암시가 있으면, 솔직히 $2 아래도 가능한 주식이다.

진입한다면 포트폴리오의 2% 이내로 제한하고, 3~6개월 단위로 계약 발표와 실적 추이를 보면서 추가 여부를 판단하는 방식을 권한다. 단타로 접근할 종목은 아니다.

결론

세틀로직은 기술 방향성이 옳고, 시장 선택도 영리하다. 하지만 지금 이 종목을 산다는 건 2027년 NextGen 런칭과 그 이후의 대규모 수주를 믿고 들어가는 거다. 그 전까지는 매출 성장이 주가를 직접 끌어올리기 어려운 구조다. 오늘 실적 발표 이후 숫자가 예상보다 좋으면 단기 트레이딩 기회가 생길 수 있지만, 중장기로는 2027년 NextGen이 진짜 변곡점이라고 본다.

※ 이 글은 투자 권유가 아니며 정보 공유 목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매출·현금·순손실 등 재무 수치는 Satellogic 2025 Q3 SEC 6-K 보고서 기준이며, 시총·P/S는 2026년 3월 19일 야후 파이낸스·야후 파이낸스 기준이다. FY2025 연간 실적은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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